안정환의 추억

이야기/축구 2007. 11. 6. 16:11 Posted by 人形使
1997년 가을, 당시 아주대는 대학축구 연맹전 결승에 진출을 했었다. 학교에서는 버스를 동원해 학생들을 경기장으로 끌고 갔었다. 나도 수업을 제끼고 축구장으로 쫄래 쫄래 따라갔었다.

사실 축구부가 유명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학교 축구부의 경기를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총장이 멍청한 학생들을 받지 않기 위해 예체능 관련 학과는 앞으로도 만들지 않겠다라는 말을 했다는 소문이 있던터라, 왜 우리 학교에 운동부가 있는지는 상당한 미스테리였다. 아마도 스폰서 기업인 대우에 프로축구단이 있다는 것이 크게 작용했을듯 싶은데...

어쨋거나 97년 추계 대학축구 연맹전 결승전에 구경을 가게 되었다. 그러나 상대방이었던 홍익대도 녹녹치 않은 상대였다. 전반전은 2대 1로 뒤진채 후반을 맞이하게 되었다.

뒤지고 있던 상황에서 한 선수가 교체되어 들어왔다. 그는 들어온 이후 시종일관 경기를 지배하며, 2골 1도움을 기록해 결국 5대 2로 우리 학교가 승리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그 당시 재학중이었던 사람들은 이 경기를 잊지 못한다. 만화에서만 보아오던 축구천재를 실제로 보았으니까... 그 선수가 바로 안정환 선수이다.

실제로 안정환 본인도 그 경기를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였다고 한다. 그리고 그 당시를 기억하고 있는 많은 다른 사람들 역시 그 경기가 인상 깊었던 모양이다. 안정환에 관한 기사를 찾으니 어렵지 않게 그 사건(?)에 대한 최근의 기사를 찾을 수 있었다.

2002년 이후로 여러 구단은 전전하며 그다지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그이기는 하지만, 이번 월드컵에서도 그는 97년에 보여주었던 인상 깊은 활약을 다시 보여주기를 바란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최초의 축구천재 안정환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이상은 2006년 5월에 작성한 글입니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온 안정환을 보면 마음이 착잡합니다.

얼마전에는 왠 근육 덩어리와 싸움이 붙어 난리가 나기도 했었죠. 이해는 됩니다...

안정환이 한창일 때에 그 근육 덩어리는 아마도 유치원에 다니고 있었을 겁니다. 요즘 친구들이 서태지를 알까요? 이문세는 그저 얼굴 긴 가수출신 성우로 밖에는 모르겠죠.

그렇다고 하더라도 한 시대를 풍미하던 그가 이렇게 천대 받고 있는 것을 보니 정말 씁슬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