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의 웹2.0 접근에 대하여

먹고 살기/웹기획 2007. 11. 1. 11:12 Posted by 人形使

2006년 1월 다른 블로그에 작성한 글을 옮겨옴. 거참... 벌써 2년이 지난거야?

[2006.1.21 21:20] 참고로 이글은 생각이 완성된 상태에서 작성되는 것은 아니며 본인은 웹2.0이라는 것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다. 그냥 토요일 저녁에 회사에 나와, 적적해 주절거리는 정도라고 생각하고 봐주시면 감사하겠다.

[2006.1.23 15:47] 적적해서 쓴 글이 무지 길어져 버렸다. 오늘 들어서도 계속 이것저것 수정하고 첨가하고 고치고 난리 부르스 중. 결국에는 중간에 대충 합의하고 올려버린다. 이 글에 대한 코멘트나 반론은 대환영!


웹2.0이 화두이긴 화두인가 보다. 빨래터의 아낙이나, 길가의 아이들도 그 말을 입에 물고 다닌다. 컨설팅 업계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블루오션일까? 아니면 진정한 웹의 미래일까?

뭐 어쨋거나 이런저런 이유로 올 해에는 웹2.0이라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가질 것 같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동안 저것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는데 어떤 계기로 우선 먼저 찌끄려 둘 필요가 있어서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리에 도전해 본다.

만약 당신이 기획자라면, 어느날 사장님이 당신을 불러 놓고 웹2.0 서비스를 기획해서 론치하라고 하면 무어라 대답하겠는가? 그런 가정 하에서 정리를 해 나가겠다.

웹2.0은 무엇인가? 여기에 대해서는 잘 정리되어 있는 글들이 많으니 그것을 참조하시길. 그보다는 웹2.0을 국내에 도입하게 될 때에 우려되는 점들에 대해서만 찌끄려 보고자 한다.


1. 국내 블로그 유저 수

국내에 사용 중인 블로그는 약 200만에서 250만개에 이를 것으로 본다. 이는 직접 글을 쓰는 유저들 외에도 단순 스크랩만을 위해 운영되는 블로그까지 포함된 수이다. 실제로 직접 글을 작성해 올리는 유저는 이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 80:20의 법칙에 따르자면 약 40만에서 50만 정도라고 추정할 수 있다.

국내에 웹2.0 관련 서비스의 목록에 자주 등장하는 올블로그의 경우, 이러한 블로거들의 커뮤니티이다. RSS를 이용해 여러 블로거들이 자신의 글을 나누며 추천글등을 선별하고 태그등을 통해 서로의 의견을 나눈다. 이 사이트의 2006년 1월 23일 오전 9시 현재 등록된 블로그의 수는 7279개이다.

웹2.0을 논하기에 앞서 뜬금 없는 블로거의 유저수를 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올블로그와 같이 어느 정도 활성화된 블로거들을 위한 커뮤니티가 실제로 시장에서 확보한 블로그의 수가 7000명 정도 밖에는 되지 않는다는 것은, 새로운 서비스에 대해 시장에서는 아직도 인지하고 있지도 못하다는 뜻이다. 즉, 서비스가 좋다 나쁘다의 의미가 아닌 그런 서비스가 있는지 조차 인지하고 있지 못하다는 이야기이다.

이것이 국내의 웹2.0 관련 서비스의 현실이다.

비단 국내 뿐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 2004년 10월 조사된 일본의 IT 트랜드 조사자료에 따르면 그 당시 Bloglines를 이용하는 사용자의 수는 조사대상 1160건 중 불과 0.9% 밖에 되지 못했다. 물론 그 이후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기는 했지만 그렇게까지 비약적인 증가를 했을거라고는 기대되지 않는다.

즉, 아직 이러한 새로운 서비스들이 시장에 먹혀들기에는 이르다라는 이야기다. 사용자들은 이러한 것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다. 만약 당신이 웹2.0 서비스를 기획하고자 한다면, 당신은 이러한 사용자들의 무지(無知)와 끊임 없이 싸우거나 아니면 그것이 뭔지 대략적으로 이해하는 극소수의 사용자만을 위한 서비스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만약 만드는 것이 성공했다고 치더라도 당신이 속한 회사에서 그 서비스의 가치를 이해해 줄 수 있을거라 기대하는 것은 힘들지 모른다. 끝까지 나아갈 수 있겠는가?


2. 개미와 웹2.0

개미는 멍청하다.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몇가지 페로몬을 이용하거나 더듬이를 맞춰보고 의견을 교환한다거나 먹고 싸우는 등의 본능에 따른 행동만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미들의 사회는 한치의 오차도 없는 정확한 틀에 따라 만들어지고 발전해 나간다.

예를 들어 그들의 거주지에는 죽은 동료의 시체를 모으는 묘지가 있고, 또한 각종 쓰레기들을 모으는 매립지 또한 있다. 이러한 장소는 언제나 생활의 중심이 되는 곳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 만들게 된다. 또한 여름이 되면 밖에서 물을 갖고와 개미집 내부의 온도를 낮추며, 박테리아 등을 이용해 자신들의 위생도 관리한다.

자, 그럼 이렇게 조직적으로 생활하는 개미에게 명령을 내리는 존재는 무엇일까? 혹시나 여왕개미가 스타크래프트의 오버마인드나 오버로드와 같이 지적인 능력이 있어서 다른 개미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것인가? 그건 아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여왕개미의 지능도 다른 개미들과 큰 차이가 없다. 이머전스라는 책에 따르면 개별 단위들의 단순한 선택들의 결과가 이러한 지능을 이룬다고 한다. 예를 들어 청소를 하고 있는 개미가 다른 청소를 하는 개미를 3-4마리 이상 만나게 되면 다른 일을 찾아서 한다는 식이다.

이러한 개미와 같은 초유기체(超有機體)들의 전체적인 지능을 집단 지성이라고 한다. 이는 웹2.0 서비스의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이다. 개별적 개체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한 최선을 선택을 할 때, 이러한 무의미한 선택들이 모여 가치있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 중 몇몇의 선택은 최선의 선택이 아닐수도 있고, 또한 전체의 선택이 개체의 선택과 배치되어 일부러 다른 선택을 하는 개체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이상 수의 선택이 중첩되면 그 선택된 결과가 합리적인 것이 되는 형태이다.

선택에 참여하는 개체의 수가 많아질수록 그 선택은 합리적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웹2.0 서비스들은 개방적이며 참여가 쉬운 구조를 취하고 있다. 위키백과의 경우를 보면 누구나 와서 글의 내용을 수정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누구나 악의를 갖고 사전을 엉망으로 만들 수도 있지만 반대로 누구나 좀더 좋은 내용의 첨언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3. 쉬운 서비스

사실 웹2.0이라는 것은(비록 우리가 그것을 인지하고 있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개미에게서 지혜를 훔쳐와 만들어진 서비스다. 그러나 개미도 할 수 있는 것을 대부분의 인터넷 사용자들은 할 수가 없다.

내가 보기에 문제는 웹2.0이라는 것이 여전히 너무나도 어렵다는 것이다. RSS나 XML, Tag, Ajax 등등 용어부터가 뭔가 접근할 수 없는 기운이 느껴진다. 웹2.0이라는 개념이 물건너 온 것이기 때문에라고 변명할수도 있겠지만, 이런 단어들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비단 우리뿐만이 아니다. 물건너 미국의 경우에도 대다수 사용자들은 이런 것에 대해 익숙치 못함을 우리는 몇가지 통계를 통해 알 수 있다.

Feedburner의 자료에 따르면 마이야후의 이용률은 59.02%, Bloglines의 이용률은 10.42%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태우님의 설명에 따르면으로는 "My Yahoo는 어마어마한 수의 사용자가 특정 피드만 몇 개 정도 읽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RSS 리더기로써 마이야후를 사용하는 사람은 6.68%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마이야후는 RSS라는 개념에 대해서 사용자들에게 인지시키고 있지 않다. 다만 '마이 야후에 기사 스크랩 해가기'라는 아이콘()만 클릭하면 된다. 사용자들은 RSS가 뭔지, XML이 뭔지에 대해서는 전혀 알 필요가 없다. 다만 자신의 웹페이지(마이야후)에서 기사를 스크랩해서 볼 수 있다는 것만 알면 된다.

마이야후가 RSS 리더기 시장에서 절대적인 점유율을 보일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이용자들에게 학습을 강요하지 않는다. 기술에 대해서 문외한인 사용자들도 별 불편함 없이 쓸 수 있다. 그에 비해 다른 RSS 리더기들은 RSS가 뭔지 모르고서는 서비스를 이용하기가 힘들다. 적어도 XML 주소라도 복사해 넣어야 하는데, 그들은 XML 주소가 뭔지를 모른다.

물론 야후라는 사이즈이기 때문에 저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문외한들에게 쉬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마이야후의 서비스 방법을 보고 우리는 무엇인가를 배워야만 한다.


4. 기능기술은 배경으로

유비쿼터스의 창시자 마크 와이저(Mark Weiser)는 "심오한 기술은 결국 일상 생활 속으로 스며들어 사라지게 된다"는 말을 했다. 유비쿼터스라는 것을 설명하기 위한 말이지만, 이는 첨단 기술로 서비스를 만들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금언(金言)과 같은 것이다.

사용자들은 첨단기술을 알 필요가 없다. 다만 그 혜택만을 누리면 되는 것이다. 우리가 만약 핸드폰의 사용법에 대해서 별도의 교육을 받아야만 했다면, wCDMA가 무엇인지, 낸드플래시메모리가 무엇인지 알아야만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 수 있다면, 지금과 같이 국민의 2/3가 핸드폰을 사용할 수 있었을까?

우리는 핸드폰에 관련된 수많은 기술에 대해서 전혀 모르지만 전화를 걸고 문자를 보내며 사진을 찍고 mp3로 음악을 듣는데 별 불편함이 없다. 초기의 핸드폰에 비해 지금은 정말 많은 것이 달라지고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되었지만 우리가 아는 사실은 '값은 비싸지고, 기능은 많아졌다'는 것 뿐이다.

이러한 사실은 웹2.0 관련 서비스를 준비해 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시사하는 점이 많다. 즉, RSS나 XML, Ajax등에 대해 사용자들에게 알기를 강요하면 안된다. 그들이 그것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불편함이 없이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웹2.0의 대중화를 위해서 그것은 기본적으로 준비되어야 한다. 많은 수의 대중이 이쪽으로 오기를 기다리는 것보다는 우리가 그들을 향해 한걸음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5. 열린 네트워크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은 웹2.0 서비스는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가치가 높아지게 된다. 그러므로 가능한 많은 사용자들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된 정책이 필요하다. 만약 당신이 생각하기에 이미 충분한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다면 개방된 정책은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네이버 지식검색의 경우 이미 충분한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으므로, 해당 기획팀은 개방적인 정책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개방적인 정책을 도입함으로써 더욱 많은 사용자들을 확보하고 전체적인 서비스의 향상을 이룰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전적으로 기획자나 정책입안자들이 판단할 몫이다.

그러나 열린 네트워크가 결과적으로는 좀더 많은 사용자들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자신의 그러한 믿음을 주변인(대부분 직장 상사나 경영진)들에게 전파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국시장에서의 경쟁의 방법은 최대한 폐쇄된 정책 아래에서 담을 쌓고 자신들의 영역을 키워나가는 전략이었기 때문에, 그들은 전혀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웹2.0에 있어서 이러한 점은 실제로 가장 큰 걸림돌로 보인다. 그것은 지금까지의 방법과 전혀 다르고 익숙하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익숙하지 않은 방법에 대해서 불안감을 느끼게 마련이다.

이런 난관을 이겨나가는 것도 결국은 기획자나 정책입안자들의 몫이다. 다만 최근에 언론등을 통해서 웹2.0이라는 것에 대해서 좋은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 (비록 그들이 웹2.0이 뭔지 모른다고 하더라도) 기회로서 작용할 수 있다.


6. 맺음말

"웹2.0은 없다." 라는 의견이 있다. 나도 그 의견에 동의하는 바이다. 실제로 위에서 말한 웹2.0이라는 것은 대부분 대명사로써 쓰인 단어이다.

즉, '지금까지의 웹과는 다른 무언가', 혹은 '업계에서 흐르는 새로운 기술의 조류'라는 정도의 의미로 '무언가'를 나타내는 대명사로써의 웹2.0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 인터넷이 도입될 당시에 자주 듣던 이야기가 있다. 'TV, 신문은 단방향 미디어이고 인터넷은 양방향 미디어이다. 인터넷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라는 이야기를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못했다. 몇몇 소수 포털에 의해 인터넷이 점령되어 가고 있는 이때,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은 어디론가 실종되고 사라져 버렸다.

결국 웹2.0이 지향하고자 하는 바는 초기 인터넷으로의 회귀 본능이라는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인터넷의 발전이 사람들간의 커뮤니케이션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발전을 하기 위한 하나의 초석이 웹2.0이라 생각한다.

웹2.0에 무언가 혁신적인 것은 없다. 그냥 초심으로 돌아가서 사용자 모두가 편하게 쓸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면 된다. 다만 그것을 만들 때에 최신 기술의 도움을 살짝 받는것. 그것이 결국 웹2.0이 아니겠는가.